김동환 작시, 김규환 작곡의 남촌(산 너머 남촌에는)
가곡 <남촌>의 원래 제목은 <산(山) 너머 남촌(南村)에는>이다. 왜 제목을 <남촌>으로 바꿨는지는 모르지만, 짐작컨대 이 시로 만들어진 대중가요가 이미 유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제목을 피하기 위해서거나 제목을 쉽게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. 이 시를 쓴 파인(巴人) 김동환(金東煥, 1901-1950?) 시인은 6.25 때 납북되어 당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. 두 가지 노래는 그러한 때에 만들어졌다. 이 시는 1927년 1월 출간된 <조선문단 18호>에 처음 발표되었다. 3절까지 지어졌는데, 노래로는 가요나 가곡이나 대개 2절까지만 불리우고 있다.
1 절
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
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.
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
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.
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
남촌서 남풍(南風) 불 때 나는 좋대나.
3절
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
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,
그리운 생각에 재를 오르니
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.
끊었다 이어 오는 가는 노래는
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.
<김동환 시선 ‘국경의 밤’>(1991)
2 절
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
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.
금잔디 넓은 들엔 호랑나비 떼
버들가지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,
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
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.
3절 원본
산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섯고
그나무 아레에는 각씨섯다기.
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
구름에 가리어 자최안뵈나,
끈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
바람을 타고서 고요히 들니데.
<원본에 인쇄된 대로 옮긴 것>
대중가요 <산 너머 남촌에는>은 이 시가 나온 후 38년이 지난 1965년 대중음악 작곡가 김동현씨가 곡을 붙여 박재란씨가 불렀는데, 당시 크게 히트했다. 아마도 60대 이상의 나이 드신 분들은 대부분 이 노래의 곡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.
가곡 ‘남촌’은 박재란씨 노래가 나온 지 14년 후인 1979년에 KBS합창단을 지휘하던 작곡가 김규환씨가 혼성 4부로 작곡했다. 그 후 소프라노의 멜로디를 솔로화하여 가곡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.
고등학교 음악교과서(박영사, 2001년 검정)에는 가곡 <남촌>과 가요<산 너머 남촌에는>의 악보가 함께 실려있다. 그만큼 두 곡이 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시의 내용이 우리의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.
원본과 비교해보면 가요나 가곡이나 일부 가사의 맞춤법, 표현 등을 현대시체로 바꾸었다. 원본 1절의 ‘남으로 오데’를 ‘남으로 오네’로, ‘남풍 불 제’를 ‘남풍 불 때’로 바꿨고, 특히 가곡에서는 2절의 ‘너른 벌엔’을 ‘넓은 들엔’으로 ‘버들밭’을 ‘버들가지’로 바꾸기도 하는 등 몇군데 손을 댔으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. 노래 가사로 쓰이지 않은 3절은 논의하지 않는다.
<산 너머 남촌에는>은 가보지 못한 따뜻한 남쪽 마을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하여 새 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. 남으로부터 봄바람이 불어오면, 진달래 향기, 보리 내음새, 금잔디 너른 벌의 호랑나비, 종달새 노래 등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담겨있다.
파인 김동환은 20대 젊은 시절, 우리나라 최초의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<국경의 밤>을 발표했고, 북방 지역의 정서를 잘 나타낸 <북청 물장수>, <눈이 내리느니> 등을 썼으며, 이 곡 <산 너머 남촌에는> 뿐만 아니라 지금도 널리 애창되는 가곡 <아무도 모르라고>, <봄이 오면>, <강이 풀리면> 등 수많은 서정시를 지은, 시대를 앞서가는 탁월한 시인이었다.
그러나 그의 말년은 불행했다. 그는 태평양 전쟁(1941-1945)이 일어난 후부터 시, 논문, 강연 등을 통해서 조선 청년들을 전쟁에 나가도록 독려하고 황국신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친일 행각을 하였다. 이러한 친일 행각으로 광복 후 그는 반민특위(反民特委)에 의하여 공민권을 제한 당했다가 6·25 전쟁 때 납북되었다. 그 뒤의 행적에 대하여는 제대로 알려진 바 없으나, 시인의 마지막이 비극적이었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. 그의 후기 행적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지만, 예술은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는 자의 몫이다. 김동환이 20대 때 노래했던 <산 너머 남촌에는>은 80년이 넘게 생명을 이어오고 있고,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다. 진부한 얘기지만,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것이다.
[이정식의 글 편집]






